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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수수빵파랑 이우일 글, 그림.
(영문으로는 "My Favorite Things"라고 되어 있은데, 아마도 Dodgerblue 라는 말보단 더 흥미롭고 관심이 끌리는 것 같다. )
사실 난 이 책을 처음 봤을 때, 옥수수빵파랑이란 색은 Jiffy 머핀믹스나 콘브래드 믹스가 들어 있는 Jiffy 만의 그 파랑색을 이야기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아닌가 보다. 아마도 이 표지의 색이 옥수수빵파랑(사진에 나온 것보다 좀 더 짙다)인 것 같은데 표지 디자인은 마음산책 디자인실 이지윤이라고 되어 있다. 나온지 겨우 한달이 안 되는 책이다 (2005년 6월 15일에 나왔다). 책이 출판되고 나서 이렇게 빨리 산 적은 해리포터 5권이 나왔을 때 밖에 없는 것 같다. 그런데 난 이 책을 기다린게 아니라 우연히 마음에 들었던 것이다. 나한텐 책을 표지로 판단하는 나쁜 습관이 있다. 그래도 이렇게 표지만 보고 고른 책들도 재밌는게 신기하다 (내가 이상한 걸지도 모른다). 사실 책의 표지를 보면 그 책을 어느 정도는 알 수 있지 않은가. (하긴 물론 사람 난감하게도, 사고 나서 읽어 보니 아주 허를 찌르는 듯한 느낌을 받은 적도 있다.)
책의 내용은 꽤 단순하다. 뮤지컬 "Sound of Music"중에 나오는 것처럼, 작가가 그의 좋아하는 것들을 모아다 그것 하나하나마다 몇 페이지 정도의 에세이를 써논 것이다. 읽기가 쉽고 부담이 가지 않는다. 그리고 그림이 많다 (난, 좋은 책들은 그림이 적어도 하나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책의 매력이라면 작가가 자기 자신을 풍자해 놓은 듯한 글과 그림들이다. 정말로 자화자찬하는 말은 별로 없다. 그리고 사적인 것들에 대해 썼기 때문에, 남의 일기장을 읽듯이 재미 있으면서도, 다 읽고 나면 뭔가 쏙 빠진 듯한 느낌도 없지 않다. 어쩌면 이 책에는 작가만이 알 수 있는, 영문으로 inside joke가 들어있는 지도 모르겠다.
작가가 좋아하는 것들을 독자가 다 좋아해야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뭔가를 열정적으로 좋아한다는 것은 멋지다. 누군가가 자기가 굉장히 좋아하는 일에 대해 흥분까지 하고, 좋아한다는 티를 팍팍 내면서 그것을 다른 사람에게 전하려는 모습은 꽤나 매력적이다. (적어도 무슨 일에나 시큰둥하고 미지근한 자세 보다는 낫다.) 그런 모습을 보면 그 감정이 조금은 감염되기도 한다.
책을 거의 읽어갈 때 쯤, 난 나도 이런 걸 만들고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전부터 이 비슷한 것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정말로 해 본 적은 없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내가 게으르기 때문이다. 난 실천보다는 생각이 많은 사람이다. 생각을 많이 해 두기 때문에 나중에 말을 할 때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글을 쓸 때는 그게 나의 단점이 되는 것 같다. (계속 많이 쓰려고 노력해야 겠다.) 책을 다 읽고 나서도 오늘 이 글을 쓰기까지 며칠이 걸렸다.
사실 난 favorite이라는 말에 대해 불만이 많고 짜증도 난다. 누군가가 그 단어가 들어간 질문을 묻는다면 난 이 세상 수많은 취미생활, 가수, 책, 색, 꽃, 이런 것을 종류 별로 나눠 단연 최고라고 생각하는 것을 뽑아야 하는 것이다. (여간 고통스러운 일이 아니다. 난 식당에 가서도 항상 꼴찌로 주문을 하는데, 온 세계 모든 사물이 메뉴판에 올려있다고 상상하라. 숨이 막힐 것이다.) 게다가 그런 질문에 답하고 나면 나중에 좋든 싫든 그것이 나의 favorite으로 고정되어버리고 마는 것이다. 사람은 살면서 변하는 거고, 좋아하는 것들도 얼마든지 늘어나거나 변할 수 있는데, 정말 답답한 일이다.
그래도 난 이 일을 해야 겠다. 가다가 뭐가 싫증이 나면 싫증이 났다고 하겠다. 마음이 또 바뀌면 그랬더라고 쓰겠다. 결국 나중에 이 어처구니 없는 일기들을 읽으면서 가장 재밌게 웃을 수 있는 것은 나이기 때문이다.
그새 물이 튀어 얼룩이 져 버렸지만 이 옥수수빵파랑도 꽤 마음에 드는 것 같다. 내가 비로소 이 일을 시작할 마음이 들게 한, 두건 쓴 작가 이우일님의 옥수수빵파랑을 나의 favorite 제 일번에 넣는다. (선착순으로. 키히히.)